레인디어스 플랫폼은 초기 단계에서 구매자(Buyer) - 레인디어스 - 공급사(Supplier)를 연결하는 구조로 출발했다. 이 구조에서 레인디어스는 단순 중개를 넘어, 선사 스케줄 정보를 수집-표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포워딩 업무를 자동화하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향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실 운영 단계에서 현실의 견적 형성 구조와 플랫폼의 자동화 방식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고, 이는 비용 구조 및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드러났다. 레인디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 구조를 재정의하고, 포워딩 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확장형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1) 기존 구조의 한계: 스케줄 기반 자동화의 현실 괴리
포워딩 견적은 단순히 선사 스케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견적은 다양한 변수를 통해 시장 참여자에 의해 실시간으로 형성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요소가 견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선복(스페이스) 수급 상황과 노선별 수요 변화
- 시기별 계약 단가, 단기 스팟 운임 변동
- 포워딩 업체별 확보한 스페이스/네트워크/운영 전략
- 긴급 출항, 지연, 환적 조건 등 일정 리스크
레인디어스는 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NCP Cloud Functions 기반의 스크래퍼를 운영하여 HMM, KMTC, SM Line 등 주요 선사의 스케줄 정보를 자동 수집해왔다. 각 선사별 크롤러는 10분 타임아웃으로 실행되며, 수집된 데이터는 Reindeers API로 전송되어 노선별 스케줄 DB를 구성한다. 그러나 이렇게 수집된 스케줄 데이터만으로는 실제 운임을 산정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내부에서 스케줄 기반으로 자동 산출한 견적과 실제 포워딩 업체의 견적 간 차이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이는 운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로 이어졌다.
- 실제 비용과 불일치하는 견적으로 인한 의사결정 왜곡
- 수동 보정 업무 증가 및 운영 리소스 소모
- 포워딩 견적의 동적 변화를 플랫폼이 "계산"하기 어려운 구조
25,000건 이상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케줄 기반 자동 견적과 실제 포워딩 견적 사이의 괴리가 특히 성수기와 긴급 출항 시에 크게 벌어지는 패턴을 확인했다. 이 문제를 보정하기 위한 수동 작업이 운영팀의 주요 업무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2) 플랫폼 재정의: 포워딩 참여형 견적 경쟁 구조로 전환
레인디어스는 "견적을 계산하는 플랫폼"에서 "견적이 형성되는 시장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새로운 구조의 핵심은 구매자-공급사 간 거래 조건이 먼저 확정된 뒤, 물류 견적을 포워딩 업체가 경쟁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 구매자-공급사 간 상품/조건 견적 및 계약(거래 조건) 확정
- 확정된 조건을 기준으로 주문(Order) 생성
- 주문을 기준으로 포워딩 업체 견적 경쟁 참여
- 구매자는 제안된 조건을 비교 후 포워딩 업체 선택
- 선정된 조건으로 이후 생산-납품-FOB-선사/스페이스-통관-물류 프로세스 진행
이 방식은 실제 시장 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으며, 견적 형성과 선택 과정이 투명해진다. 동시에 포워딩 업체는 새로운 참여 채널을 얻고, 플랫폼은 참여자 확장과 네트워크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현재 30곳 이상의 포워딩 업체가 레인디어스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업체들이 실시간으로 견적을 제출하면 구매자는 운임, 리드타임, 선사, 환적 조건 등을 한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
3) 내부 운영의 변화: 리소스를 AI 중심으로 전환
구조 전환 이후 레인디어스 내부의 역할도 달라졌다. 레인디어스는 특정 견적의 산출자라기보다, 견적 확정과 전 과정 연결을 관리하는 중립적 오케스트레이터로 이동했다. 운영 리소스는 반복적-규칙 기반 업무에서 벗어나 AI 기반 자동화 로직으로 전환되었다.
구체적으로, 환율 조회는 4개국(태국,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은행 사이트에서 자동 수집되어 API로 전송된다. 방콕은행, 하나은행, 중국은행, 메이뱅크 등의 환율 데이터가 매일 자동으로 갱신되고, 포워딩 견적 비교 시 환율 변동 리스크까지 함께 표시된다. 선사 스케줄 역시 자동 크롤링을 통해 수집되며, A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워딩 업체들이 제출한 견적의 일정 정합성을 자동으로 검증한다.
플랫폼은 단절된 기능들의 묶음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상태(State) 기반으로 연속 관리한다. 이를 통해 예외 발생 시에도 단계별 책임과 처리 경로가 명확해지고, 자동화-예측 적용이 가능한 기반이 된다. 각 상태 전이는 이벤트로 기록되며, Telegram 알림 시스템을 통해 운영팀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정상 흐름에서는 알림이 발생하지 않고, 예외가 감지될 때만 운영팀에 통보되는 구조다.
4) 연결형 프로세스 구축: 견적부터 통관-물류까지
현재 레인디어스는 다음과 같은 전 과정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각 단계는 독립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플랫폼 내부에서는 데이터-상태가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으로 관리된다.
- 상품 및 거래 조건 견적 확정
- 주문(Order) 생성
- 생산 진행 및 납품 일정 관리
- 인계(FOB) 처리
- 선사 및 스페이스 확정
- 포워딩 및 국제 물류 진행
- 통관
- 국내 물류 및 최종 배송
이 8단계가 기존에는 이메일, 엑셀, 전화로 단절된 채 처리되었다. 레인디어스는 각 단계를 PO(Purchase Order)라는 단일 기준 객체에 연결하여, 1번 단계의 견적 조건이 8번 단계의 배송 조건까지 데이터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기술적으로는 Turso(LibSQL) 기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PO를 중심으로 관계형 데이터가 연결되고, Cloudflare Workers가 각 단계 전이 시 후속 액션을 트리거하는 구조다. 각 단계의 상태 전이는 이벤트로 기록되며, 이 이벤트 로그가 곧 거래의 감사 추적(audit trail) 역할을 한다.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4개국에 걸친 크로스보더 거래에서는 각 국가의 통관 요건과 서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단계별 데이터 연결이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3번 단계(생산 진행)에서 확정된 제품 규격과 수량이 7번 단계(통관)의 인보이스와 패킹리스트에 자동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 연결이 끊어지면 통관 지연이 발생하고, 이는 곧 비용 손실로 이어진다.
5) DVRP 오픈: 창고-배차 관제를 통한 End-to-End 확장
레인디어스는 국제 물류 이후의 국내 운영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DVRP(Dynamic Vehicle Routing & Planning) 기반의 창고 및 배차 관제 AI 플랫폼을 오픈하고 제공한다. DVRP는 창고 운영(WMS)과 운송(배차)을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로 묶어, 물류의 마지막 구간까지 플랫폼 안에서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DVRP의 핵심은 GPS 기반 실시간 트럭 위치와 교통 트래픽 정보를 반영한 AI 자동 배차 및 동적 경로 최적화다. 단순히 "가까운 차량"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운행 조건과 제약을 종합해 최적의 결정을 자동으로 제안한다.
- 실시간 GPS 기반 위치 파악 및 운행 상태 추적
- 교통 정체/우회 정보 반영 경로 재계산
- 적재 용량, 시간 제약, 근무 시간 등 운영 제약 반영
- 지연/고장 발생 시 재배차(대체 차량) 의사결정 지원
- 창고 작업(입출고)과 배차 결과를 연계해 흐름 최적화
DVRP는 2026년 3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인디어스의 기존 거래 데이터와 연결되어, 국제 물류가 완료된 화물이 국내 창고에 입고되는 시점부터 DVRP가 자동으로 배송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데이터 입력이 필요하지 않다. PO에 이미 기록된 수량, 중량, 배송지 정보가 그대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레인디어스는 수출입 및 견적 - 발주 - 생산 - 납품 - 포워딩 - 통관 - 물류(배차-창고)까지 연결되는 연결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4,300개 이상의 파트너가 이 흐름 안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4개국(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에 걸친 크로스보더 거래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된다.
6) 일정: 단계별 시장 참여 및 서비스 오픈
- 1월 중순: 포워딩 업체의 시장 참여 시작
- 3월: DVRP 베타 서비스 시작
- 4~5월: POP 플랫폼 베타 오픈
마무리
이번 구조 전환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레인디어스가 실제 시장 구조를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이를 기술로 연결해 운영 효율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2015년 IMARKET Thailand 설립 이후 10년간의 운영 경험이, "시장을 계산하려 하지 말고 시장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라"는 교훈으로 이어졌다. AI는 운영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의 변수를 감당하고 최적의 흐름을 만들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