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bly에서 REINDEERS로 — 브랜드 리포지셔닝의 비밀
요약:
Buybly는 단순한 유통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것은 “산업의 언어를 바꾸는 기술 플랫폼”이었다.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존재의 방향이 달라졌다. 이번 글은 Buybly가 REINDEERS로 진화한 이유와 그 전략적 배경을 기록한다.
1. Buybly의 한계 — 이름보다 방향의 문제
Buybly는 2021년, 산업재와 소비재를 동시에 다루는 B2B 플랫폼으로 시작되었다. 이름은 “Buy + Easily”의 조합으로, 빠르고 간편한 구매를 의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이름은 우리가 만들고자 한 시스템의 본질과 멀어졌다.
Buybly는 거래 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했지만, REINDEERS는 데이터 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Buybly라는 이름은 한계가 되었다.
2. 리브랜딩의 출발 — 철학부터 다시 세우다
리브랜딩은 단순한 네이밍 작업이 아니었다. Buybly는 기능적인 이름이었고, REINDEERS는 방향이 있는 이름이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 사람, 그리고 시장의 본질에서부터 새로운 철학을 세웠다.
- 기술의 본질: 자동화와 데이터가 사람의 일을 돕는 구조
- 산업의 본질: 제조와 공급이 언어 없이도 연결되는 구조
- 조직의 본질: 글로벌 팀이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는 구조
이런 철학을 표현할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그 이름이 바로 REINDEERS였다.
3. REINDEERS — 연결의 상징
REINDEERS라는 이름에는 “조직적 협력”과 “지속적 이동”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순록(Reindeer)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무리를 이루어 이동하며 생태계를 이어간다. 우리의 플랫폼도 마찬가지였다.
제조업체, 공급사, 물류사, 고객사 — 각자가 독립적이지만,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REINDEERS는 그 연결의 철학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4. 브랜드보다 ‘언어’를 바꾸는 일
리브랜딩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각적 디자인이 아니라 언어였다. 우리는 “판매자/구매자”라는 단어를 버리고, “공급사(Supplier) / 고객사(Client Company)”라는 구조로 통일했다. 언어의 변화가 사고를 바꿨고, 사고의 변화가 플랫폼 구조를 바꿨다.
시스템 내부에서도 모든 명칭이 새로 정비되었다. 예를 들어, “상품 등록”은 “데이터 등록”, “배송 요청”은 “물류 스케줄 생성”으로 변경되었다. 기술과 브랜드의 용어가 하나의 방향을 갖게 된 것이다.
5. 브랜드와 기술의 일치
REINDEERS로 전환하면서, 기술 아키텍처도 브랜드 철학에 맞게 재구성되었다. Buybly 시절의 React+Java 구조는 완전히 폐기되었고, Nuxt + Vue3 + Cloud Function 기반의 글로벌 분산 구조로 재편되었다.
프론트엔드는 홍콩 CDN에서, 백엔드는 서울·방콕·광저우 리전에 분산 배포되었다. 브랜드가 글로벌이라면, 기술도 글로벌이어야 했다. REINDEERS는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DNA 자체가 새로 태어난 브랜드**였다.
6. 시장의 반응 — “이제 플랫폼이 보인다”
리브랜딩 이후, 파트너사와 초기 사용자들의 반응은 명확했다. “이제 무엇을 하는 플랫폼인지 이해가 된다.” Buybly가 기능 중심이었다면, REINDEERS는 방향 중심의 브랜드가 되었다.
단순히 제품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급망 전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로소 브랜드와 기술이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7. 결론 — 이름이 아닌 정체성의 변화
Buybly에서 REINDEERS로의 변화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체성의 재정의였다. 브랜드는 더 이상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기술과 철학을 담는 구조가 되었다.
REINDEERS는 기술과 사람이 함께 진화하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이름으로 새로운 시대의 무역 방식을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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