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팀을 네 번 교체하며 배운 것들 — 진짜 글로벌 팀을 만들기까지

1. 첫 번째 팀 -- 외주 개발사의 한계

REINDEERS의 첫 번째 팀은 외부 개발사였다. 계약은 단순했고, 목표는 "무역 플랫폼의 MVP 구축"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개발사는 무역을 이해하지 못했고, 제조 유통의 흐름을 전자상거래처럼 처리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견적(Quote), 주문(Order), 물류(Logistics), 결제(Payment)가 같은 테이블에 얽혀 있었다. 개발은 빨랐지만, 구조는 위험했다. 첫 번째 팀은 "코드를 만들었지만, 플랫폼은 만들지 못했다."

무역에서는 견적 하나가 여러 개의 발주서로 분리되기도 하고, 하나의 발주가 복수의 선적으로 나뉘기도 한다. 결제 조건은 T/T, L/C, D/A 등 거래 상대와 품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외주 개발사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주문-결제" 테이블로 처리하려 했다. 일반적인 쇼핑몰이라면 가능한 설계였지만, B2B 무역에서는 첫 주부터 문제가 드러났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통화(Currency) 처리였다. 태국 바트로 견적을 내고, 중국 위안으로 결제하고, 한국 원화로 정산하는 구조를 외주팀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환율 변동에 따른 마진 계산, 선적 시점과 결제 시점의 환차손 -- 이런 것들은 사양서에 한 줄로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구현하려면 완전히 다른 데이터 모델이 필요했다. 외주팀에게 이것은 "추가 요구사항"이었지만, 우리에게는 플랫폼의 본질이었다.

2. 두 번째 팀 -- 내부화의 첫 시도

두 번째 시도는 "내부 개발팀 구성"이었다. 외주가 실패한 이유를 외부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리 인력과 몇 명의 풀스택 개발자가 합류해, 직접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같았다. "기술은 있지만 이해가 없었다." 플랫폼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코드를 짤 것인가"에만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기능은 많았지만, 방향은 없었다.

두 번째 팀의 개발자들은 기술적으로 유능했다. React, Node.js, Java Spring -- 스택 선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산업재 유통"이라는 도메인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MOQ(최소주문수량)가 왜 품목마다 다른지, 납기일이 왜 견적서에 명시되어야 하는지, 포워딩 비용이 왜 견적 단가에 포함되는 경우와 별도인 경우가 있는지 -- 이런 맥락 없이 만들어진 기능은 현장에서 쓸 수 없었다.

단적인 예로, 개발팀은 "상품 검색" 기능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필터링, 정렬, 페이지네이션까지 완벽하게 구현했다. 하지만 실제 MRO 구매 담당자는 상품명으로 검색하지 않았다. 그들은 규격 번호(Part Number)나 브랜드+사이즈 조합으로 찾았다. "M8 볼트 스테인리스 100개"라는 식의 자연어 주문이 일상이었다. 화려한 검색 UI는 결국 아무도 쓰지 않았다.

3. 세 번째 팀 -- '조직'은 있었으나 '구조'는 없었다

세 번째 팀은 형식적으로 완벽했다. 백엔드, 프론트엔드, UI/UX, 기획, QA까지 구성되었고, 일간 미팅과 주간 보고 체계도 정비됐다. 하지만 플랫폼은 여전히 전진하지 않았다.

구성원 각자가 자기 역할에 충실했지만, 서로의 코드가 연결되지 않았다. "백엔드는 기능을, 프론트는 화면을, 기획은 문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비즈니스 로직'을 완성하지 못했다. 협업은 있었으나, 공동의 목표는 부재했다.

세 번째 팀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문제는 도구의 난립이었다. 기획은 Notion에, 디자인은 Figma에, 태스크는 Jira에, 소통은 Slack과 LINE에 흩어져 있었다. 각 도구는 그 자체로 훌륭했지만, "견적서 발행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네 개의 도구를 오가야 했다. 정보는 많았지만 맥락은 분절되었고, 회의는 늘었지만 결론은 줄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백엔드 개발자는 API 스펙을 먼저 정하자고 했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화면 설계가 먼저라고 했다. 기획자는 경쟁사 분석 보고서를 쓰고 있었고, QA는 테스트할 대상이 없어 문서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일했지만, 플랫폼은 한 줄의 실제 거래도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프로세스는 있었지만 비전이 없었고, 역할은 있었지만 방향이 없었다.

4. 네 번째 팀 -- 내부 감사 이후의 전면 교체

2025년 4월 내부 감사를 통해,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개발은 있었지만, 시스템은 없었다." 이때 네 번째 팀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기준은 단순했다. "기술보다 사고가 빠른 사람을 모으자."

코드 품질보다 논리 구조를 평가했고, 스택보다 문제 해결 방식을 검증했다. AI를 이해하고, 스스로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다. 2025년 5월, 완전히 새로운 개발 문화가 출발했다.

네 번째 팀의 핵심 인력은 NHN 에이컴메이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CSO 박준영은 커머스 분야 20년 경력자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었다. CPO 진청지는 B2B SaaS 20년 경력으로 복잡한 기업용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익숙했다. CTO 저우치롱은 AI와 RAG 분야 15년 경력자로, 데이터에서 비즈니스 가치를 추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COO 장웨이는 물류 8년 경력으로 실제 화물이 움직이는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이 팀이 이전 세 팀과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기술 용어만이 아니라, B2B 무역과 유통의 맥락을 공유하고 있었다. "견적 확정 후 PO가 발행되기까지의 리드타임"이라는 말을 했을 때, 팀 전원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왜 중요한지, 어떤 예외 상황이 있는지를 이해했다. 이전 팀들에서는 이 한 문장을 설명하는 데 30분짜리 미팅이 필요했다.

5. 기술이 아닌 '이해'를 중심으로

네 번째 팀은 기존 팀과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코드를 짜기 전에 구조를 설계했고, 코드를 합치기 전에 이유를 공유했다.

우리는 "왜 이 API가 존재하는가"를 질문하는 문화부터 만들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느리다고 했지만, 그 느림이 처음으로 플랫폼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시스템은 점점 '사람이 관리하지 않아도 동작하는 구조'로 변해갔다.

네 번째 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존 코드를 전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거래가 실제로 플랫폼 위에서 완결되어야 하는가"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태국의 제조 공장이 중국 공급사에게 MRO 부품을 발주하고, 그 부품이 선적되어 방콕 창고에 도착하고, 최종 고객에게 배송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의 각 단계를 독립된 서비스로 분리해 MCP(Multi-Commerce Platform)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데이터와 AI를 공통 언어로 삼은 것도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전 팀들은 회의와 문서로 소통했지만, 네 번째 팀은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로그로 소통했다. "이 기능이 잘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에 의견이 아닌 수치로 답했다. 실제 거래 데이터의 흐름을 추적하면서, 어디서 병목이 생기고 어디서 오류가 발생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6. 글로벌 협업의 시작

태국,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개발자들이 하나의 Git 브랜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언어는 달랐지만, "코드와 데이터는 공용 언어"였다. 우리는 Git과 MQ 로그를 통해 의사소통했다. 문서 대신 코드가, 회의 대신 로그가 팀의 기록이 되었다.

AI 번역기가 코드 리뷰를 보조했고, Cloud Function이 자동 배포를 처리했다. 업무의 절반은 사람, 나머지 절반은 AI가 수행했다. REINDEERS는 그 순간 진짜 글로벌 팀이 되었다.

4개국에 분산된 팀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시차 문제를 넘어선 도전이었다. 한국어, 태국어, 중국어, 영어가 뒤섞인 환경에서 Slack 메시지 하나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팀은 의사소통의 중심을 "사람의 언어"에서 "시스템의 언어"로 옮겼다. 코드 커밋 메시지, MQ 이벤트 로그, API 응답 코드 -- 이것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팀원이 동일하게 읽을 수 있었다.

7. 교체의 의미 -- 실패가 남긴 자산

네 번의 교체는 단순한 인력 문제 해결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 기술력보다 프로세스 이해력이 중요한 사람
  • 문제를 설명하는 속도보다 구조를 정리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 일을 자동화할 줄 아는 사람, 즉 AI를 다루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 깨달음이 REINDEERS 조직의 DNA가 되었다. 이후 모든 채용은 "AI 친화적 사고를 가진 사람인가?"로 시작되었다.

B2B 무역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코딩이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역이라는 산업 자체를 이해하는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견적서의 유효기간이 왜 중요한지, FOB와 CIF의 차이가 시스템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선하증권(B/L) 발행 시점이 왜 결제 트리거가 되는지 -- 이런 것들은 개발 문서에 적혀 있지 않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야만 알 수 있는 지식이다.

네 번의 팀 교체를 거치면서 우리가 확립한 채용 원칙은 명확하다. 첫째, 도메인 경험이 기술 스택보다 우선한다. 둘째,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셋째, AI 도구를 자연스럽게 업무에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이 세 가지 기준은 4,30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25,000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는 지금의 REINDEERS를 만든 토대가 되었다.

관련 글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Reindeers Workflow: B2B 파트너 업무 효율과 자동화를 위한 워크플로우 플랫폼

B2B 국제 무역에서 하나의 거래가 완료되기까지 관여하는 시스템과 사람의 수는 예상보다 훨씬 많다. 견적 요청에서 시작해 공급사 선정, 발주, 포워딩 비딩, 통관 서류 준비, 출하, 배송, 정산까지 —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담당자가 서로 다른 도구에서 수작업을 반복한다. 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은 분명하다. 바이어가 견적을 확정하면 공급사에게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직접 통보해야 하고, 결제가 완료되면 수동으로 정산 시트에 옮기면서 1~3일이 소요된다. 출하 후에는 선적 정보를 기반으로 CI, PL, CO를 수동 생성하며 누락이 발생하고, 배송 완료 후 공급사/포워더 정산을 수작업으로 대조하면서 오차가 누적된다. ERP, 이메일, 스프레드시트, CRM에 같은 데이터를 반복 입력하는 것도 일상이다.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후속 작업이 자동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는 것이다. 견적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은 시스템에 기록되지만, 그 사실이 다음 단계의 업무를 자동으로 트리거하지는 않는다. Reindeers Workflow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순히 "자동화 도구를 제공한다"가 아니라, REINDEERS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실제 거래 이벤트를 기반으로 후속 업무가 자동 실행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REINDEERS 플랫폼과의 연결: 거래 이벤트가 워크플로우를 트리거한다 Reindeers Workflow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범용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REINDEERS 본 플랫폼의 거래 이벤트에 직접 연결 된다는 것이다. REINDEERS에서 발생하는 핵심 거래 이벤트가 MQ(Message Queue)를 통해 워크플로우의 트리거가 된다. 거래 이벤트 트리거되는 워크플로우 실행 내용 quote.confirmed 공...

레인디어스, Buybly로 동남아시아 산업자재 시장 혁신

B2B 오픈마켓 REINDEERS,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다 레인디어스, 머신러닝 기반의 산업자재 매칭 솔루션으로 경쟁력 강화 김명훈 레인디어스 대표 산업자재 시장의 복잡성과 유통장벽은 많은 기업들에게 큰 도전 과제가 되어왔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의 산업자재 제조사들은 현지의 불투명한 거래 환경과 물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인디어스의 REINDEERS 플랫폼은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REINDEERS는 B2B 오픈마켓으로, 한국 기업들이 손쉽게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유통의 복잡성을 해결하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레인디어스 대표가 있다. 그는 지난 9년간 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pain point를 해결하기 위해 REINDEERS를 개발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의 비전과 경영 철학, 그리고 REINDEERS가 어떻게 산업자재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김명훈 레인디어스 대표 -.소개 레인디어스는 국내 산업자재 제조사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B2B 오픈마켓인 REINDEERS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서 가장 큰 장애물인 유통, 물류, 무역의 장벽을 해결해주는 것이 이 플랫폼의 핵심이다. REINDEERS는 단순한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산업자재 구매와 공급 과정을 간소화하고 최적화하는 One-Stop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레인디어스의 서비스는 REINDEERS와 Enterprise Solution(ERP, POP, WMS)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솔루션은 동남아시아 현지의 고객사와 공급사에 맞춤형으로 제공되며, 산업현장의 선진화를 이끌어낸다. 기업 운영과 생산 관리, 재고 관리를 전산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REINDEERS는 산업현장에서 획득한 Raw data를 활용해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발주 ...

JD 플랫폼 매니저 (Platform Manager )

🇰🇷 플랫폼 매니저 (운영 / 글로벌 B2B & AI Agent 기반 자동화 플랫폼) 회사명: (주)레인디어스 | REINDEERS Co., Ltd. 근무지: 서울 / 방콕 (Hybrid 가능) 고용형태: 정규직 (계약-전환형 가능) 회사 소개 REINDEERS는 산업자재 및 무역 중심의 글로벌 B2B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술 기반 기업입니다.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4개 주요 아시아 시장에서 견적–발주–물류(3PL)–통관–정산–재고관리(WMS)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REINDEERS는 POP과 DVRP를 AI로 전환되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고, 실제 업무는 AI Agent가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조직도에 직원을 등록할 때 사람, AI Agent, 로봇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같은 워크플로우와 같은 권한 체계로 협업합니다. CEO Agent가 전사 전략과 자원 배분을 총괄하고, 구매·생산·영업·물류·재무·통관 Agent가 각 부서 업무를 자율적으로 실행합니다. REINDEERS는 운영 중심의 플랫폼 관리 전문가를 찾습니다. 본 포지션은 플랫폼의 운영·유지·관리·발전·확장을 담당하며, 사람 담당자와 AI Agent, 그리고 향후 합류할 로봇 작업자가 같은 조직도 안에서 협업하는 환경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 개발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으며, 개발팀 및 AI Agent 팀과 협업해 개선을 주도합니다.) 이 포지션이 일하는 환경 REINDEERS는 POP과 DVRP를 "조직도 기반 AI 법인" 구조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외부 AI 도구를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AI Agent가 회사 조직 구조에 직접 통합되어 있습니다. 플랫폼 매니저는 이 Agent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예외 상황에 대한 승인과 에스컬레이션을 처리하며, 사람 운영자와 AI Agent 간의 협업 경계를 정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는 Tool 단계(사...